코인충 개발자의 자백서

by coolspeed

2011: 비트코인 첫 만남

나는 2011년에 비트코인 비평 블로그를 연재한 프로그래머다. 총 4탄까지 연재했다. 해당 시리즈 블로그글들은 아직도 인터넷에 올라와있고 열람이 가능하지만, 굳이 링크를 첨부하지는 않겠다. 당시의 1탄이 비평에 찬 목소리였는가 하면 4탄에 와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어쨌든 2011년의 비트코인 관심은 그렇게 끝났다.

2013: SF작가

다시금 비트코인이 시야에 들어온건 2013년 나의 타임라인에서다.

내가 좋아하는 SF작가가 말하기를 비트코인은 굉장히 위대한 화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으로 다중 서명 지갑을 만들 수 있는가 하면 이건 그냥 아주 작은 예시일 뿐이고 다양한 스마트 컨트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돈에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중앙화 문제를 겪고있는 인터넷 도메인 네임 시스템(DNS)도 탈중앙화시켜 보다 공정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당시에 이미 Namecoin이란 프로젝트가 존재했다.)

머리뚜껑이 날아갔다.

아니, 인류 최초로 은행 없이 돈이 저렴하게 전 지구적으로 유동될 수 있게 된건 그렇다 치자. WikiLeaks같은 프로젝트가 정부들의 눈에 벗어나도 후원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게 <V for Vendetta>가 인생영화인 아나키스트 젊은이의 마음을 훔친 것도 그렇다 치자. 프리즘 폭로 사건을 젊은 나이에 겪은 개발자의 마음을 훔쳤다는 것도 그렇다 치자. 비트코인 얘기는 너무나도 상식에 벗어나고 전 지구적인 사기처럼 들리지 않는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려서부터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영향을 다분하게 받아온 사람이 커서 프로그래머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물사회에 엄청난 학문적 관심을 갖고있으며, 최근에는 고전 자유주의 경제학파의 뽕을 맞아 애덤 스미스 만능론에 들떠있었다. 이러다가 전 지구적으로 자유로운, 스마트 컨트랙을 통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상식을 버리기로 한다. 인생영화가 <V for Vendetta>뿐이 아니라 <매트릭스>도 있다고? 보나마나 빨간 약을 선택한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겠지.

2013: 기계의 반란

“아니 소제목이 그게 뭐냐, 무슨 B급 SF소설도 아니고”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충분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소제목은 진지하게 달았다. 나는 블록체인 역사를 회고하는 미래의 역사학자들이 2013년 이하 사건을 획기적인 사건으로 다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2018년에야 댄 라리머란 개발자가 유명한 블록체인 개발자와 유명한 블록체인 사상가로 잘 알려졌지만 2013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댄 라리머가 2013년에 그의 아버지 스탠 라리머(Stan Larimer)와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탠은 <비트코인과 로봇 3원칙>이란 글을 발표했다.

이 글이 최초로 DAC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 글은 암호화폐/블록체인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하지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센세이션의 예로 훗날 이더리움 창시자로 잘 알려졌으나 그 당시는 그리 유명하지 않던 비탈릭 부테린이 Bitcoin Magazine 에 <DAC 창립하기> 시리즈 글을 발빠르게 연재하는 것으로 열렬히 응답했다는 점이다. 다른 예로 이때 탄생한 DAC 개념이 나중에 발생한 블록체인 최대 해킹사건인 The DAO 해킹 사건의 불씨로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은 글을 쓰는 2018년에도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도대체 DAC가 뭔데?

DAC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기업이 무엇인지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미국에서 유한회사를 일컫는 기술적 용어는 ‘corporation(법인, 기업)’인데, 이는 아이러니다. 그 어원인 라틴어 ‘corpus’는 ‘몸’이라는 뜻인데 법인한테 딱 하나 없는 것이 바로 몸이기 때문이다. 실제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법은 이들 기업을 마치 뼈와 살을 가진 인간처럼 법인으로 취급한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기업은 인류가 발명했으며 만든 것이다.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기업은 인류 경제활동중의 주요 플레이어가 됐다. 인간이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인간에게 일을 시키는가 하면 인간에게 당근(급여)도 준다. 한마디로 인간을 쥐락펴락 하는 존재다.

기업의 어원이 몸인데 기업에 몸이 없다면, DAC는 한발 더 나아간다. DAC는 무인화 자율 회사다. DAC는 로봇들이 임원이고 가끔 인간 직원을 고용한다. 여기서 임원들과 비즈니스 플랜이 전부 로봇이라는 점이 더욱 섬뜩한지 아니면 가끔 인간 직원을 고용한다는 점이 더욱 섬뜩한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DAC 라는 탈중앙화 자율(무인) 회사들이 경제의 또하나의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발명되어 경제의 주역이 되기 까지는 수백년이 걸렸다. 수십년 뒤에 DAC가 중요한 역할을 맡지 않을지 누가 알겠느냐.

DAC가 가능해진 원인은 기계(로봇)에 사유재산권이 생기면서부터다. 그리고 이것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발명되면서부터 가능해진거다.

출생증명서,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명과 “XX국 헌법 (제X수정안)”같은 텍스트들에 의해서만 지탱될 수 있었던 사유재산권이 암호학적 방법으로도 보장될 수 있게 된거다. 보다 자유로운 가치 이동과 보다 확실한 사유재산권 보장이란 이름으로, 블록체인이란 기술이 인간에게만 사유재산권을 공고히 해줬을 뿐만 아니라 기계에게도 사유재산권을 준 것이다.

당신이 미래에 스마트 컨트랙이란 차가운 로봇이 발급한 급여를 받게 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인간은 지금껏 늘 틀리게 생각했다. 기계가 인간을 상대로 우위에 처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 자아의식도 아니고 자유의지도 아니며 인간에 대한 불타는 증오심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단순히 사유재산권 취득만으로도 가능했을지도 모르니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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