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념상 “자신감”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단어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단어가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다. 관련된 “근자감”, “자뻑” 같은 단어들도 있는데, 모두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즉 사람들은 “자신감”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근거를 따진다는 것이다.
반면 관련되어 거의 항상 긍정적 어감인 단어가 있는데, 바로 “자존감”이다. 요즘 워낙 핫한 단어이기도 한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자존감을 높이는 일에 참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감”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그 근거를 묻곤 한다. 사람들이 “자신감”이 긍정적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하나의 큰 원인은, 그 반대인 “자신감 없음”은 확실하게 부정적 어감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자존감”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 않는다. 존엄 앞에 사람들이 평등하다는 말은 세계 인권 선언의 첫 문장이며, 인문주의 사상의 초석이다. 유발 하라리의 말에 따르면 인문주의는 자본주의와 함께 21세기 초반의 범세계적 이데올로기이다.
“자신감 없음”과 “자존감 없음” 좀 더 유사한 것 같다. 사람들은 대체로 본능적으로 이 2가지가 모두 잘못된 것이며, 고쳐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그 방법을 몰라서 아주 궁금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글의 주제와 어떻게 이어지느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자존감 높이고 싶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아마도 “자존감 낮은 상태를 고치고 싶다” 일 것이다. 이러한 목표에는 사실 2 단계의 목표가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1단계: 낮은 자존감을 고치고 싶다.
2단계: 적당한 수준의 자신감을 얻고 싶다.
1단계는 기본이고, 그것에만 만족하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과하지 않는 수준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 주는 아우라를 가지고싶다”는 속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먼저 1단계 얘기부터 해보자. “낮은 자존감”은 “자뻑”과 유사하게, 자신에 대한 잘못된 서사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이것은 “나”라는 소프트웨어에 발생한 일종의 버그와도 같다. 심리로 치자면 “강박”에 가까울 것이다. 이 곤경을 돌파하는 방법의 핵심은 아마도 이 사실을 간파해내는 것이 아닐까.
2단계를 살펴보자. 적당한 수준의 근거 있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이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자기 자신을 발전시켜서 자신감의 근거를 만드는 것. 2번째는 그 근거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부로 폄하하지 않는 것이다. 즉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도 역시 나 자신에 대한 비뚤어진 서사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간파해내는 것이 성공의 절반일 것이다.
이상 너무 추상적인 담론이었다면, 구체적인 방법들도 적어보자. 감정이 실린 내 주관적 관점 말고, 객관적으로 나의 장점들을 적어보자. 뛰어난 부분들도 좋지만, 중생의 평균을 웃도는 부분들도 좋다. 그리고 그것들을 과소평가하려는 나 자신의 충동이 있다는 사실도 한번 깨달아본다. 너무 낯이 뜨겁다면 옆에 별도로 칸을 마련해 나의 단점들도 적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더욱 당당해질 수 있다 랄까.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이미 “낮은 자존감”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이것이 마음의 “버그”임을 발견하기만 해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텐데.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둘러보는 연습을 통해 마음의 “아령”을 자주 들어올리다 보면, 마음의 “근육”도 자라나서 언젠가는 보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여기에 화룡정점이 “자뻑”이라고 본다. 의아한가? 분명 아까는 “자뻑”이 부정적 의미라고 하지 않았는가? 또한 “자뻑”은 위에서 강조해온 “객관”과는 거리가 멀다.
타인이 보기에 재수 없지 않고, 자신의 교만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자뻑”은 참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되리라 본다. 잘 활용하기만 하면 “자뻑”은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으며, 심지어 이러한 실현의 원동력이 될 지도 모르니라.
“자뻑”은 분명 객관이 아니다. 따라서 “신뢰의 도약”과 “논리의 비약”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소한 대가는, 그 효과의 달콤함과 가치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할만하다.
..라고 이상 가볍게 화제를 던져보는 바이다.
-by coolsp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