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잭션 엔진 일람

사람들이 말하는 프로그래밍은 대부분 원주율 계산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이다.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애플리케이션 상태 관리가 핵심이다. 따라서 백엔드 프로그래밍에서 트랜잭션 엔진이야말로 핵심 요소다. 그 중요성이 너무 덜 강조된 것과 대조되게 말이다.

튜링 머신

당연히 모든 트랜잭션 처리 수단은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 연산을 위해 발명되었지만,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에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메모리(Random Access Memory)

메모리에서 당연히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트랜잭션 중간 상태에서 정전이나 고장이 발생할 경우, 트랜잭션의 원자적 적용에만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원 상태마저 누락하는 재난이 발생해버린다.

우리가 사용하는 메모리 장치가 용량이 무한대이고 절대 정전이나 고장이 발생하지 않는 추상적인 “완벽한” 메모리라면 데이터베이스를 발명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

흔히 백엔드 프로그래밍에 node.js를 써야 하나 python을 써야 하나 하는 토론이 발생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왕왕 DBMS 쪽이라는 것이 간과되곤 한다. RDBMS는 오랜 역사 기간동안 트랜잭션 엔진 영역의 왕좌를 지켜왔다. 그러다 최근에 왕좌에서 끌려 내려왔는데, 스케일 문제 때문이었다. RDBMS는 수평확장성이 좋지 않았다.

여러 문서간 트랜잭션을 지원하지 않는 NoSQL

애플리케이션이 트랜잭션 처리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 이것을 잘하기 아주 어려움. 잘 해도 더러워짐. 확장성의 대가.

액터 모델(Actor Model)

애플리케이션이 트랜잭션 처리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 쉬운 확장성의 대가. 액터 모델은 상태 변경 명령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중 객체 상태의 동시 settlement에 약하다.

LMAX 아키텍처 (싱글 스레드, 이벤트 소싱을 통한 레플리케이션)

이 방식은 LMAX 외환 거래소, 한국거래소, 됴쿄증권거래소, 상하이증권거래소 같은 곳에 모두 적용되어 있다. 한마디로 높은 빈도의 트랜잭션 처리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싱글스레드 모델. 수평확장 불가. 아이러니하게 TPS가 가장 높음 (6백만 TPS) . 저장공간 수평확장 불가한 것이 최대 단점.

참고: https://martinfowler.com/articles/lmax.html

고신뢰성 분산 키값 저장소 (a.k.a 분산 코디네이터)

Apache Zookeeper, etcd, Google Chubby 등 구현이 있다.

분산 저장소지만 기본적으로 중앙화된 저장소라고 봐야 한다. 다만 클라이언트에 데이터 누락의 위험 없이 최신 상태를 지속적으로 (최종 일관성) 동기화 해준다는 보장을 한다. (클라이언트로의) 분산 동기화에 특화되어 있는 저장 백엔드라고 봐야 한다.

장점:

  • 거의 완벽한 안전성.

단점:

  • 여러 문서간 트랜잭션 기능 미제공
  • TPS
  • 수평확장 불가

트랜잭션 기능 있는 클라우드 스케일 NoSQL DBMS

단점이 거의 없음. ACID + 확장성. 레이턴시를 대가로 CAP 모두 만족할 수 있음. 범용적임.

가상 액터 + 트랜잭션 패치(즉 Microsoft Orleans)

레플리케이션 불가. 하지만 상태 랜딩 (영구화) 백엔드가 레플리케이션 기능 있는 DB일 경우 레플리케이션 기능 생긴다. 단 레플리케이트 되려면 컨시스턴트한 쓰기를 해야 함. 이는 레이턴시를 대가로 함. 객체 데이터베이스(Object Database)라 할 정도의 높은 표현력이 킬링 포인트. 다른 장점: 투명한 분산 / 쉬운 수평확장. Stateless 서비스에 준하는 배포 민첩성.

레플리케이션 활성화된 Redis

장점: 높은 TPS (백만 TPS), 안전성.

단점:

  • 레플리카 랙 기간동안의 아주 미약한 데이터 불안전성 (크로스 리전 20ms 대. 베어 메탈 로컬 네트워크 1ms 대)
  • Redis의 자료형 표현력의 한계 (메모리 주소 쓸 수 없음)
  • 그로 인한 프로그래밍 표현력 부족. 애플리케이션 상태 의존적인 트랜젹션은 제한된 lua로 짜야 함.
  • 수평확장 불가 (수평확장 시 트랜잭션 불가)
  • 수직 확장의 공간 한계가 낮음(메모리 한계). 콜드 데이터를 디스크로 랜딩 시키는 기제(와 온디맨드 로딩 기제)가 필요할 경우 애플리케이션 단에서 제공해야 함.

블록체인?!

크게 퍼블릭 체인과 프라이빗 체인으로 나뉨. 퍼블릭의 경우 크게 POW와 POS로 나뉨. 각각 아주 많은 종류가 있다. 종류에 따라 TPS, 데이터 redundancy 수준, 분산 공격 가능성 모두 다름. 단점도 각각 다름. 장점이 뭐냐 라고 한다면, 퍼블릭 프라이빗을 막론하고 한가지로 요약할 수 있음. 가트너의 평가를빌자면:

멀티 파티 신뢰 문제를 해결함.

(It allows untrusted parties to exchange commercial transactions.)

Gartner Top 10 Strategic Technology Trends for 2018

즉 트랜잭션 엔진의 멀티 파티 소유가 가능해짐. 그중 “파티”의 뜻은? RFC 7519(JSON Web Token)의 서언에서 말하는 “two parties”의 “파티”와 같은 뜻. 한발 나아가 그 어떤 파티에도 소유되지 않은 트랜젹션 엔진이 탄생했음을 의미. 역사상 처음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상태에 대한 글로벌 컨센서스를 독점 외의 수단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됨.

단점: 블록체인 트릴레마(불가능 삼각형)각자 단점이 모두 다르지만, 공통된 단점: 레이턴시. 아직까지 효과적인 수평확장이나 계층화된 확장 솔루션이 구현 및 실천에서 성공한 기록이 없음(이론과 소규모실천에는 많음). 애플리케이션 상태의 비밀성 부재. 결정론성 요구 때문에 상단 애플리케이션에서 외부 상태 참조 불가.

결론

CAP 이론이 소프트웨어 개발, 그중에서도 트랜잭션 엔진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까지도 업계가 오해해왔던 만큼, 업계가 이 영역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많을 것이다. 많은 토론이 필요한 이유다.

Redux 공부 필기

  1. Redux의 혁신은 상태를 한곳에 몰아넣은 것, 상태와 ‘상태 변경자’들을 분리한 것이다. 맞다, WAS들이 이미 하고 있는 그것 맞다. (AWS Lambda가 왜 ‘람다’인지 생각해보라.)
  2. 상기 혁신을 통해 핫 리로딩(hot-reloading)을 지원한 것이 키 피처중 하나였다. 역시 WAS들이 이미 하고 있는 그것 맞다.
  3. 모듈화는 상태를 찢어놓음으로 달성한게 아니라 함수를 찢어놓음으로 달성한다. 찢어진 함수들은 ‘함수 합성’을 통해 다시 합쳐질 수 있다.
  4. 키 피처중 다른 하나는 시간 여행 디버깅(Time Travel Debugging)이다. (Redux라는 네이밍의 중의적 의미중 하나. 후술.) Visual Studio나 WinDbg에서 지원하는 그거 맞다. 다만 Redux가 먼저 나왔고 따라해도 VS와 WinDbg가 따라했을 것 같다.
  5. 시간여행의 비결이 뭐냐? 애플리케이션 상태를 1개의 불변(immutable) 객체에 저장하는 것이다. 상태가 바뀔 때 어떠카냐고? 불변형 객체를 하나 새로 만들면 된다.
  6. 그렇게 하게되면 메모리 사용량이 무식하게 늘어나지 않냐? 아니다. 최적화되어 필요한 부분만 증분으로 늘어난다. 즉 상태변경을 하는 일반 애플리케이션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웹앱의 생명주기상 더욱 문제 안된다.)
  7. 메모리 사용량이 폭증하지 않는 마법의 비결이 뭐냐?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얕은 복사(Shallow Copy)다. 진짜 천재다.
  8. 물론 이상 모두 Redux의 핵심을 짚었다고 할 수 없다. Flux – Redux 진화 라인의 핵심은 액션의 단방향 흐름이다. 즉 이벤트 소싱이다.
  9. 이벤트 소싱과 상태의 예측성 모두 게임 쪽에서 훨씬 일찍부터 태동하고있던 사상이었고, DB쪽에서는 옛날부터 이미 구현된 현실이었다.
  10. 물론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에서 그 어떤 가지도 모두 동등하게 중요하고 대체불가하다.
  11. 함수형 프로그래밍 신도들은 immutable 의 승리가 보일 것이고, 데이터베이스 힙 가이들은 “THE LOG IS THE DATABASE”가 보일 것이고, 이벤트 소싱파들은 이벤트 소싱이 보일 것이고, CRDT연구자들은 CRDT가 보일 것이고, Redis 애호가들은 Redis가 보일 것이고, 블록체인 신도들은 블록체인이 보일 것이다.
  12. “Redux”는 “Reduce”(“맵리듀스”의 그 “리듀스” 맞다)와 같은 라틴어 어원을 갖는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의 것을) 되찾음”이란 뜻이 있다. 그리고 reduce는 함수형 프로그래밍에서 잘 알려진 패턴인데 억지번역을 해보자면 ‘귀납 합병’ 같은거다. 필자도 지금 알게 된건데 “fold”가 더 표준적인 용어더라.
  13. 정말 블록체인으로 Redux를 구현한 사람이 있다.
  14. Redux는 놀랍도록 짧다. 핵심 코드 99줄 구현을 갖고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것이 React Europe이란 컨퍼런스에 ‘핫 리로딩’ 관련 기술공유를 하기 위해 PoC 목적으로 급조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거봐 그냥 WAS를 본딴거라니까)
  15. Redux 발명자는 이미 페이스북에서 채갔다.

이더리움 커뮤니티와 EOS 커뮤니티 사이의 논쟁- 3탄

회고

이더리움 커뮤니티와 EOS 커뮤니티 사이의 논쟁

이더리움 커뮤니티와 EOS 커뮤니티 사이의 논쟁- 2탄

배경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최근에 《거버넌스 제2장: 금권정치 – 여진히 나쁜》이란 제목으로 EOS블록체인의 DPoS 합의 매커니즘을 폭격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EOS블록체인의 창시자 댄 라리머 또한 《암호경제학 거버넌스의 한계》란 제목으로 반박글을 올렸다.

필자는 비탈릭 부테린과 댄 라리머의 브로맨스와 키보드 배틀을 지켜본 지 몇년은 된다. 한때 BitShares 도 마켓캡 4위 암호화폐였고 라이트코인 잡기 바로직전이었던 리즈시절이 있었으며, 이더리움도 화이트 페이퍼 한장일 뿐일 때도 있었다. 댄과 댄의 아버지가 《비토크인과 로봇 3원칙》이란 암호화폐 역사의 획기적인 글을 발표해 DAC(“DAO”의 오리지널 이름) 개념을 제출한 얼마 뒤, 비탈릭 부테린은 당시 여전히 주필을 맡고 있던 Bitcoin Magazine 에서 《DAC 부트스트래핑하기》 란 시리즈 글로 사이좋게  받아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DAO (“The DAO” 따위가 아닌), DAC, DApp 이론들의 시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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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은 컨퍼런스 같은데서도 자주 마주쳐 의견교환을 자주 하는 그런 사이였다.

비탈릭 또한 DPoS를 비평해온지 오래 됐고, 댄도 비탈릭의 이더리움 스케일링 솔루션을 비평해온지 오래다.

두사람 모두 자산 1조원 이상의 부자가 이미 됐는데 여전히 스타트업 창업자처럼 열심히 일한다. 댄은 맨날 열심히 코딩하고 기술 팀 관리하느라 바쁘다 (키보드배틀도 틈틈히 하고) (연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도 많이 쪘다). 비탈릭은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됐는데 여전히 한국에 강연하러 올 때도 이코노미 클래스 타고 온다고 하더라. 둘 모두 부자가 되었지만, 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은 이제 금방 시작한 것만 같다.

암호경제학에 대해서만큼은 둘의 의견이 좀처럼 좁아질 수 없을 것 같다. 비탈릭은 케인즈경제학파 신도이고 댄은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신도이다. 케인즈학파도 많이 봤고 오스트리아 학파도 많이 봤는데, 이 두 세상의 사람들은 마치 평행우주에 사는 것처럼 의견차를 좁힐 수 없는 것 같더라.

필자는 비탁릭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댄의 팬이다. 그리고 연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신도다. 필자는 이더리움 프로젝트라는 실험도 후원하고 있지만 EOS란 프로젝트에 더욱 많은 지분을 할애하고 있다. 두 프로젝트 모두 문샷(Moonshot) 프로젝트이고 실패해야 정상이다(우리 스스로도 종종 하이프에 취해버리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성공하면 기적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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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 중개업체와 소개팅 중개앱의 존재는 개인대 개인 자유 연애와 자유 결혼의 실패를 방증한다

유시민이 JTBC 토론에서 결어로 삼은 현실적인 정책 대안은 다음 세 가지다.

단기: 온라인 도박 규제에 준하는 규제.
중기: “중개소”(=거래소) 폐쇄. 중개소의 탄생은 비트코인의 실패를 방증한다.
장기: P2P 거래를 어떻게 (규제/규율)할지는 장기에 걸쳐 논의하자.

이 논리는

결혼정보 중개업체와 소개팅 중개앱의 존재는 개인대 개인 자유 연애와 자유 결혼의 실패를 방증한다.

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

Wikipedia 에 도네이션 할 때 제3의 신뢰기관이 필요하지 않고 검열받지 않을 수 있다고 했지,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 해당 코인 소유자를 알선 받기 위해 중앙화된 기관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한게 아니다.

요즘 탈중앙화 거래소들도 날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화폐인가 주식인가

대한민국 내 암호화폐 에반젤리스트 중 두분이 가장 체계적인 개념으로 영향력 있게 암호화폐 이상을 전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진화와 표철민. 두분 모두 필자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두분의 관점은 상이하다.

누구의 말이 맞나?

정말 요즘 암호화폐 지지자들 중에서도 암호화폐가 화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니, 암호화폐가 “화폐”가 아니라면 왜 “화폐”란 이름을 붙이고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날뛰는걸까?

이 글은 그 진실을 명쾌하게 까밝히고자 한다. 긴 글을 싫어해, 최대한 짧게 적겠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현자들의 어깨에 서면, 진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 1.0 시대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화폐주권을 도전하기 위해 탈중앙화 대안 화폐를 목적으로 만들어진게 분명하다.

비트코인의 탄생 역사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만든 원인이 기존의 금융질서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속하던 사이퍼펑크(Cypherpunk) 커뮤니티의 역사다. 사이퍼펑크 운동은 암호학의 발전과 함께 탄생했다. 이 조직은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정부 같은 힘있는 거대 조직들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다. 어느 시대든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은 늘 있었고 빅 브라더들에 대해 경계를 놓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이퍼펑크 커뮤니티는 개인의 결제 기록이 최고의 프라이버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돈의 사용이 감시와 검열 받는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여겼다.

(거의) 주류 경제학에서도 화폐주권을 도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 하이에크다.

1976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화폐의 탈(脫)국가화’라는 짧은 글을 썼다. 정치적인 이유로 중앙은행이 휘둘릴 것을 우려한 그는 시장에서 누구나 화폐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라기보다는 그저 이상론에 불과했던 그 주장은 30여 년 만에 가상화폐의 형태로 실현됐다.

출처: ‘탈국가의 꿈’ 에 도전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초기에 인기를 모은 것도 모두 이런 화폐주권에 대한 도전에 있다. 배부르고 등따신 누군가에게는 월가점령 운동이 이해가 안되는 그저 하나의 요원한 “뉴스”일 수 있다. 하지만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기존 화폐질서의 피해자가 있었고, 그것을 깨달은 사람이 있었으며, 그것에 반기를 드는 자가 있었다. 인류역사상의 모든 위대한 혁명이 모두 그렇게 시작했듯이.

대표적인게 키프로스 사태다. 그리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베네수엘라 등 국가다.

그러다 2013년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키프로스의 금융 위기다.

비트코인은 2009년 처음 등장하고 3년이 지나서야 가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키프로스 은행은 그리스에 투자를 해왔는데, 그리스가 금유위기에 빠지자 45억유로를 손해보게 됐다. 이때문에 키프로스의 경제는 휘청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EU는 구제금융 조건으로 예금에 세금을 물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키프로스 은행에 돈을 예금한 사람들이 자금 피난처를 찾았다. 그 중 한 곳이 비트코인이다.

출처: 비트코인, 1만원에서 100만원 되기까지

암호화폐에 섣불리 “폰지스킴”이란 모자를 씌우고 스스로에게 속편한 결론을 선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바보들이라 생각한다. 화폐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투자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더러 묻지마 투자를 하는 대중이 확실히 많이 늘었고, 첨부터 “폰지스킴인줄 알면서” 돈벌기 위해 단타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진정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화폐의 역사와 화폐의 본질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고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투자했을 것이다. 발로 투표하기보다, 돈으로 투표하기가, 훨씬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고민이 개인을 성숙시키는 일이 아니었을까? 자유시장에 대한 추호의 믿음이 있다면 말이다.

E-gold, 닉 자보, 등 이 위대한 운동에서 혁혁했던 이름들을 담지 못한건 용서해주길 바라며, 이상 암호화폐 1.0 시대의 굵직한 흐름은 다 짚었길 바란다.

암호화폐 2.0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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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랑 블록체인 기술은 별개다?

장안의 화제다. 두가지 관점이 팽팽하게 맞선다.

한쪽에서는 “암호화폐는 바다이야기. 암호화폐랑 블록체인 기술 양성은 달라” 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블록체인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될 것. 암호화폐와 떼어놓을 수 없어. 암호화폐 막으면 안돼.” 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나?

두가지 주장 다 맞지 않다고 본다.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흔히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면 (퍼블릭) 블록체인은 “가치의 바다” 라고 말한다.
또는 비슷한 표현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은 가치의 인터넷” 이라고 말한다.

“퍼블릭” 이란 수식어를 매번 달기가 너무 번거로우니 이 글의 남은 부분에서 특별한 설명이 없으면 “블록체인” 이란 표현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가리키는거다.

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가치를 높게 사지 않는다. 아무리 위대한 기술일지언정 나 혼자 쓰거나, 또는 나와 밥, 앨리스 총 3명이서 쓰는 어떤 물건이라면, 아무리 위대할래야 위대할 수 없지 않는가?

아래와 같은 대조과계를 살펴보자.

블록체인 <—-> 랜선, 광케이블, 또는 TCP/IP
프라이빗 블록체인 <—-> 인트라넷
퍼블릭 블록체인 <—-> 인터넷 (The Internet)

(더 그뤠잇 킹 갓) 인터넷이 세상을 바꿨다고들 얘기한다. 인터넷이 등장 초기에 얼마나 많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는지는 잊혀졌다.

사람들이 “블록체인” 이 위대하다고 할 때 얘기하는건 사실상 블록체인 그 위의 무엇이 위대하다고 얘기하는거다. 아무도 랜선이나 광케이블을 두고 위대하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것들이 위대함에 기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정확하게 “블록체인 위의 그 무엇” 이 위대한거라고 표현하지 않고 블록체인이 위대하다고 표현하는가? 두가지 가능한 원인이 있다: 겸손해서, 혹은 아직 알지 못해서.

필경, 랜선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 TCP/IP 는 엔지니어 아니면 모른다. “지구를 둘러싼 거대한 정보의 그물” 이라는 물건은 우리가 맨날 접하지만 맨날 접해서 모른다.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망각하듯이. 아주 가끔 케빈 켈리(Kevin Kelly) 의 저술을 손에 들었을 때에만 그 거대 그물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정보의 바다” 라는 표현도 그렇다. 너무 정확한 표현이지만 표현할 때마다 낯설다. “아 그게 그런거였지”.

자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그냥 일종의 “자료구조”일뿐 그 자체로는 세상을 바꿀 힘이 없을 것이다. 자료구조의 그냥 또 한가지(just another)가 무슨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단 말인가?

그 세상을 바꾼다는 잘난 “블록체인 위의 그것” 은 도대체 무엇인가?

가장 어려문 질문 맞다. 모든 이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이미 위에 나와있는 것처럼 “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의 가치가 (소프트웨어) 소스코드에 있는가? 아니다 네트워크다.
페이스북의 모든 소스코드를 당신 손에 쥐어줘도 당신은 페이스북을 넘어서서 SNS 1위 강자로 거듭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공개된 기술이고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암호화폐랑은 다른거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거다.

윙클보스 형제가 뭐라 표현했나? “비트코인은 가장 위대한 소셜 네트워크다.” 인터뷰를 위해 끼워맞춘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윙클보스 형제” 라서 아이덴티티에 맞게 표현했다는 점도 물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표현의 80%는 진심이라는 걸 안다.

인류 최초의 문자기록은 소설도 아니고 심지어 시도 아니다. 심지어 사랑 노래도 아니고 신을 찬송하는 종교내용도 아니다. 인류 최초의 문자기록은 “엑셀문서”다. 인류 역사상 원장은 그 자체로 권력의 기반이었다. 분산원장이 세상을 바꿀꺼라는 말에는 그 어떤 과장도 들어있지 않다.

더군다나 분산원장을 넘어 인류가 그 위에 스마트 계약을 돌리고 신뢰가 보장되는 원장을 넘어서 프로그램을 돌릴 것이니 말이다.

신뢰받지 않는 프로그램, 뭐 시장이 있었다. 신뢰받는 범세계적 컴퓨팅이 존재하기 전에는.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그건 아니다. 위대한 물건의 프로토콜 전쟁을 하는건 “표준전쟁” 과 마찬가지로 엄청 중요한 일 맞다. 다만 본 글에서는 네트워크의 가치를 설파하는데 치중할 뿐이다.

페이스북이 DDT 만든 회사보다 위대한가? 페이스북이 인류 최초로 피임수단을 발명한 회사보다 위대한가? 잘 모르겠다. 시장은 네트워크의 손을 훨씬 많이 들어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대표로 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심지어 인터넷 기술을 대표로 하는 3차 산업혁명 기술마저도,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만들까 심한 우려와 초조를 갖고 있지만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영드, 인지 미드인지 모를 <블랙 미러>를 참고하라. 케빈 켈리의 <기술의 충격>도 참고할만하다.

국부유출?

우려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분들은 암호화폐가 1일 뒤든, 1주 뒤든, 1달 뒤든, 1년 뒤든, 언제든 0으로 폭락할게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정말 세계경제포럼 예측대로 근미래에 세계 GDP의 10%가 퍼블릭 블록체인상에 저장되고 작동하게 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면 어떤게 진정 국부유출인지 뿌리부터 재검토가 필요하겠다.

다시 돌아와서, “블록체인 위의 그것” 이란 도대체 뭘까?

영문에서는 대문자 “Bitcoin” 과 소문자 “bitcoin” 이란 단어가 모두 존재한다. 전자는 비트코인 (더) 네트워크를 가리키고, 후자는 전자의 토큰을 가리킨다.

DAC파 주장에 따르면 전자는 기업이고 후자는 주식이다.

뭔 미친 소리냐고 할 수도 있는데, 아래 글을 보면 해석이 나온다:

AI들의 기업

(끝)